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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기행]진정한 포르투갈 와인의 산지, 다웅 <2014.09.23ㅣ주간경향 1093호>
등록일
2014-10-27 오전 8: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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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다웅지역의 DOC급 와인은 토리가 나시오날, 자엥, 틴토 카웅, 알프루 세이유, 엥크루자두 등의 토착품종만을 사용해야 한다.

포트와인의 향기를 뒤로 하고 포르투에서 남쪽 내륙지방에 위치한 전형적인 포르투갈 테이블 와인 산지들을 둘러보기 위해 필자는 도루 남쪽 베이라스, 리스본 근교 알렌테주와 세투발 반도에 있는 4곳의 대표적인 와이너리를 방문하였다. 전호에서 설명한 바 있지만 포트와인의 유명세에 밀려 포르투갈의 테이블 와인은 최근에야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테이블 와인 중에서도 주로 국내에서 소비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인기가 있었던 마테우스와 같은 그린 와인이 대표적이었지만, 지금은 개성이 강하고 묵직한 레드 와인이 포르투갈 와인의 새로운 아이콘이 되었다.

발효탱크가 거대한 정유공장을 연상시키는 바카우오아 와이너리의 장관. 앞에 1000년 수령의 올리브나무가 줄지어 있다.

400년 역사 와이너리 문화재로 보존
먼저 베이라스 지방의 다웅 지역에 있는 400년 역사의 카사 드 산타르(Casa de Santar) 와이너리를 찾았다. 여기저기 양떼들이 노닐고, 드넓은 초원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코르크 참나무 숲을 지나니 하얀 화강암으로 건설된 기품 있고 오래된 중세 영주의 저택이 나타났다. 1616년부터 와인을 생산해왔던 이곳은 가족 중심의 포도원으로는 가장 큰 120ha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각각의 테루아에 적합한 최적의 포도품종을 재배하는 것이 최고 품질의 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하였다. 특히 다웅 지역의 DOC급 와인은 토리가 나시오날, 자엥, 틴토 카웅, 알프루 세이유, 엥크루자두 등의 토착품종만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곳 와인이야말로 진정한 포르투갈 와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시음한 다웅 틴토 2010년 레드와 2012년 화이트는 공통적으로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신선한 과일과 민트향이 가미된 야생초의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오래된 소나무와 너도밤나무들로 둘러싸여 있는 와이너리는 기하학적인 정원과 정원 안까지 끌어들인 포도밭이 지금까지 필자가 보았던 와이너리와는 또 다른 감동을 주었다. 특히 정원 너머 아름다운 성당이 인상적이었는데, 중세에 이미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에 종사했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을 위해 세웠다고 한다. 오너의 이런 세심한 배려 덕분에 더 양질의 와인을 생산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와이너리는 현재 포르투갈의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다.

샴페인에 뒤지지 않는 향미를 자랑하는 알리안사의 로제 스파클링 와인.

설치 미술품 같은 스테인리스 발효탱크
다웅 지역에서 서쪽으로 바이라다 지역에 있는 알리안사 와이너리는 다음날 둘러본 세투발 반도에 있는 퀸타 다 바카우오아, 1998년 프랑스 보르도의 라피트 로스칠드와 합작한 알렌테주에 있는 퀸타 도 카르모와 함께 바카우오아 그룹 소유로 현대 포르투갈 와인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적인 와인 메이커다. 그룹 회장인 조 베랄도는 와인과 예술을 접목시켜 ‘Wine Tourism’ 프로젝트를 새롭게 선보인 개척자다. 어린 시절부터 문화상품으로서의 와인의 속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그는 ‘Wine, Art and Passion’이란 철학으로 와이너리를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었다.

알리안사 지하박물관은 각종 도자기와 미술품을 집중 전시하여 놓았는데, 알리안사는 와인 스펙테이터에 의해 2005년 세계 20대 와이너리로 선정된 바 있다. 특히 이곳 로제 스파클링 와인은 결코 샴페인에 뒤지지 않는 향미를 자랑하였다. 인쇄공장을 리모델링하여 전시장과 셀러를 만든 바카우오아 와이너리는 우선 그 규모에 압도당한다. 정문에 들어서면 거대한 정유공장 같은 스테인리스 발효탱크들이 마치 설치미술품을 감상할 때의 느낌과 비슷한 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천년의 수령을 자랑하는 올리브나무들과 중국에서 수집해온 고대 마상들을 보면 이곳이 와이너리라기보다는 거대한 야외 박물관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건물 안에는 전 세계에서 수집한 조각품들과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포르투갈의 화려한 세라믹 타일을 집중적으로 수집하여 놓았다. 또한 별도의 저장고에서 2000만ℓ의 와인이 1만5000배럴에서 숙성되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건물 오른쪽 입구에 만델라 대통령을 위해 헌정한 아프리카 전시관이 있는데, 그 이름이 영화 ‘Out of Africa’와 같았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바카우오아 그룹 베랄도 회장이 만델라 대통령에게 헌정한 ‘Out of Africa’ 박물관 입구.

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카사 드 산타르’ 와이너리 정원에서 바라본 노동자들을 위한 성당.

베랄도 회장은 마데이라 와인으로 유명한 마데이라 섬 태생으로 학교를 13살 때 그만두고 와이너리에서 일하였다. 18살에 남아프리카로 이민, 벤처기업을 설립하여 금과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을 통해 많은 돈을 벌어 20세기 포르투갈 경제계에서 가장 신화적인 인물이 되었다. 어쩌면 현대판 엘도라도의 사나이라고 할 수 있다. 1986년 귀국한 후 와인사업 이외에도 호텔, 담배, 통신, 은행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여 총 20억 유로 규모의 자산가가 되었다. 어렸을 때부터 우표 수집광이었던 그는 현재 4만점 이상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의 불상 파괴에 충격을 받은 뒤 수많은 불상들을 수집하여 리스본 근교에 ‘The Budda Eden Garden’을 만들어 보존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의 예술 사랑에 대한 진정성을 엿볼 수 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 전시관은 아마도 그의 성공을 있게 한 아프리카에 대한 감사의 표시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일생도 마치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속의 성공한 주인공처럼 극적이다. 물론 영화의 원작자인 ‘카렌 블릭센’은 실패한 주인공이었지만….

참고로 1985년 덴마크의 여류소설가인 카렌 블릭센이 아프리카 케냐에서 보낸 실화를 바탕으로 쓴 원작소설을 시드니 폴락이 감독한 영화가 ‘아웃 오브 아프리카’다. 필자는 1986년 북구를 여행하는 길에 코펜하겐에서 이 영화를 보고 작가의 집까지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림 같은 아프리카의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진 운명적인 사랑과 아프리카에 대한 추억을 그린 주인공 카렌의 강인한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알렌테주 지방에서 필자가 방문했던 로마의 수로교와 제수이트 하우스 위에 재건된 카르투사 와이너리 역시 잊을 수 없었다. 1755년 국보로 지정된 이 와이너리는 건축물에 남아 있는 오랜 세월의 흔적만큼의 무게와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포르투갈인들의 한을 노래한 리스본의 ‘파두’ 공연 모습.

로마의 제수이트 하우스 위에 세워진 ‘카르투사’ 와이너리의 지하셀러.

포르투칼 전통음악 파두의 애절함
포르투갈의 와인기행을 마치고 필자는 바다처럼 넓은 테주강을 건너 리스본에 입성하였다. 기원전 로마시대부터 건설된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수도의 풍모가 넘쳐났다. 저녁에 테주강변 식당에서 생선구이와 큰 솥에서 막 삶아낸 문어를 안주삼아 상큼한 비뉴 베르드(그린 와인)로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필자는 리스본에 머무르는 동안 매일 저녁 포르투갈의 전통음악인 파두(Fado) 공연장을 찾았다. 라틴어로 숙명이라는 어원을 가진 파두는 스페인의 플라밍고에 대비되는 대발견시대 포르투갈인들의 ‘한’(恨)을 노래하는 국민음악이다. 인생, 추억, 향수, 사랑의 슬픔을 주제로 한 애절한 음률이 한의 문화에 익숙한 필자를 유혹하였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필자는 이따금씩 리스본에서 구입한 대표적인 파두 가수 크리스티나 마데이라의 음반을 감상하면서 유럽이면서 유럽이 아닌 듯한 유럽의 변방, 포르투갈의 와인과 문화를 추억하고 있다.

<글·사진 송점종 우리자산관리 대표·Wine MBA j-j-song@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