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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지들러 호수는 헝가리와 공유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며 국립공원이다
블라우프랜키쉬 와인의 고향 미텔부르겐란트를 떠나 부르겐란트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노이지들러 호수를 향했다. 호리촌에서 호수 남쪽을 돌아 호수 동쪽의 와인마을 일미츠를 가기 위해서는 헝가리의 영토 소프론 지방을 통과하여야 한다. 이곳도 오스트리아의 부르겐란트처럼 레드 와인 생산지로 유명하다. 아침 햇살을 받은 녹색 포도원의 모습이 오스트리아와는 달리 왠지 시골스럽고 순박해 보이는 것은 필자의 선입견일까?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며 오스트리아 국립공원인 노이지들러 호수의 전경, 물새들의 천국이다. 노이지들러 호수를 중심으로 1만4500ha의 면적을 가진 오스트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와인 생산 지방인 부르겐란트 와인산지는 전적으로 이 호수의 영향으로 발달했다. 노이지들러 호수는 헝가리와 공유하고 있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며 국립공원이다. 중앙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총 315㎢ 면적에 남북 길이가 36km, 폭이 6~12km이나 수심은 최대 1.8m로 낮다. 늪지대와 갈대숲으로 우거져 있어 각종 동식물, 특히 새들의 천국이다. 호수는 지하에서 솟아오르는 용천수와 빗물로 이루어져 염도가 다소 높은 일종의 솔트레이크로, 기원전 1만8000년 전에 형성되었다. 현재, 8000년 동안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면서 만들어낸 다양한 문화와 아름다운 호반마을, 야생동물이 뛰어노는 초원, 습지와 갈대숲, 그리고 포도밭이 어우러져 순수하고 원시적인 자연의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특히 황새가 많은 이곳은 국제습지조약으로 보호받고 있으며, 유럽인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최고 품질의 스위트 와인 생산지역 이 중 호수 동쪽 7850ha의 노이지들러-제빙켈 지역은 염분이 포함된 바람과 아침의 높은 습도, 밤낮의 기온 차가 심한 대륙성 기후의 영향으로 최고 품질의 스위트 와인과 부드러운 츠바이겔트 레드 와인 생산지역으로 유명하다. 스위트 와인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와인 1리터당 30~100g 이상 당분이 포함되어 있는 와인을 말한다. 단순히 테이블 와인을 드라이, 미디엄, 스위트로 분류할 때의 스위트 와인은 아니고 주로 식사 후 디저트나 달콤한 케이크, 치즈 등과 함께 마시는 와인이며 375ml의 작은 병으로 생산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보르도 소테른 지역의 샤토 디켐, 헝가리의 토카이, 독일의 아이스 와인이 대표적인 스위트 와인이다. 스위트 와인은 로마시대부터 수확한 포도송이를 1~2주 말려 인위적으로 당도를 높인 스트로 와인(Straw wine, 오스트리아는 Schilfwein)이 있지만, 보통 수확시기를 늦춰 포도의 당도를 높인 레이트 하비스티드 와인(Late harvested Wine), 서리를 맞아 포도 알갱이 속 수분을 얼게 하여 최대한 당도를 높인 아이스 와인(Ice wine), 그리고 황금에 비유되는 최고의 스위트 와인인 노블 롯 와인(Noble rot wine)으로 나뉜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노이지들러 호수’ 동쪽 제빙켈 국립공원에서 나뭇잎을 뜯고 있는 야생사슴. 특히 노블 롯 와인은 보트리티스 시네레아라는 곰팡이에 감염된 포도로 만든다. 일명 귀부병 와인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은 포도가 고상하게 부패했다는 뜻에서 유래하였다. 따뜻하고 습한 기후를 좋아하는 이 곰팡이는 수확기에 포도알 껍질에 기생하여 수분을 흡수하면서 자란다. 이렇게 곰팡이에 감염된 포도는 비록 부패하고 쭈그러든 외모지만 향기와 당분이 농축되어 최고 품질의 균형 잡힌 황금색 스위트 와인으로 탄생하는 마술을 부린다. 곰팡이가 인류에게 수많은 재앙을 가져왔지만 페니실린을 만든 푸른곰팡이나 포도를 고상하게 부패시키는 귀부곰팡이는 자연이 인류에게 보상하는 귀한 선물이 아닐까? 호수 동편 제빙켈 지역에 형성된 광활한 초원과 습지, 염분을 포함하고 있는 아침 안개와 따뜻한 대륙성 기후의 자연환경이 세계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귀부병 포도가 자랄 수 있는 천혜의 ‘테루아’(포도 산지)를 제공하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세계적 스위트 와인 생산자인 한스 치다(Hans Tschida) 와이너리를 찾았다. 한스 치다는 제빙켈 지역의 와인마을 일미츠에 위치한 아담한 와이너리에서 부인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호수와 면해 있는 국립공원 제빙켈 중심지역 36ha의 포도밭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스위트 와인과 츠바이겔트로 레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2002년 필자가 이곳 자연 생태보호지역 안에 있는 포도원을 방문할 때는 마차를 이용했는데, 이번에는 출입허가 절차 없이 치다의 사륜구동차를 이용해 그림 같은 호반의 갈대숲과 늪지대를 따라 포도원뿐만 아니라 각종 물새와 사슴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은 또 다른 행운이었다.
치다 와이너리의 오너 한스 치다가 제빙켈 국립공원에 있는 자신의 포도원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치다는 이곳이 갈대와 호수, 포도나무가 공존하는 세계 유일의 포도밭이라고 자랑하였다. 포도밭 방문 중에 한가롭게 낚시질하고 있는 노인 한 분을 만났는데 바로 치다의 아버지였다. 갈대 지붕과 이곳에서 서식하는 각종 야생동물이 박제되어 있는 토속적인 레스토랑으로 점심을 초대 받았는데, 아직 학생인 치다의 아들이 동석하였다. 학업을 마치면 자신의 가업을 이어받을 것이라고 하였다. 낚시로 한가로이 여생을 즐기는 아버지, 가업을 승계 받을 젊은 아들, 이렇게 3대가 함께 와이너리를 지키는 가족 중심의 전통이 아름답고 부러웠다.
황금 빛깔에 복합적인 향기의 와인 귀부병에 걸린 포도 사진들로 장식되어 있는 셀라도어(방문객들이 와인을 시음하도록 오픈해 놓은 장소)에서 치다 와이너리의 대표적인 스위트 와인 4종을 시음하였다. 대부분의 스위트 와인은 소비뇽블랑, 세미용, 리슬링 품종인 데 비해, 이곳 노이지들러 호숫가에서 재배한 잼믈링(Samling) 품종으로 만든 2005년산 스위트 와인은 다른 지역의 어떤 와인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노란 색을 띤 영롱한 황금 빛깔에 살구, 열대과일, 벌꿀, 오렌지 껍질에서 아몬드 향까지 미묘하고도 복합적인 향기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치다 와이너리가 생산한 스위트 와인들, 맨 왼쪽 와인이 Samling 2005년 빈티지다.
특히 당도가 높은 스위트 와인의 묵직한 유질성에도 적절한 산도가 균형을 이뤄 우아한 보디감과 신선한 풍미를 오랫동안 입안에서 맴돌게 하였다. 치다 와이너리는 세계의 권위 있는 와인 경연에서 매해 빠지지 않고 스위트 와인 부문에서 금메달을 수상하고 있다. 잼믈링은 리슬링과 야생포도의 교배종으로 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성공적으로 재배되고 있는데, 특히 부르겐란트 지역에서 노블 스위트 와인용으로 가장 많이 재배하고 있다.
따라서 잼믈링은 토양의 성격보다는 귀부병에 걸리기 쉬운 자연환경이 필요한 품종이다. 잼믈링 스위트 와인은 분명 8000년 동안 노이지들러 호수를 보살피고 보존하여 세계유산이 되게 한 이 지역 주민들에게 자연이 선사한 황금의 선물일 것이다.
글·사진|송점종<우리자산관리 대표, Wine MBA> j-j-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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