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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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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기행]지중해 다문화를 숙성시킨 시칠리아 <2012 09/25ㅣ주간경향 994호> |
등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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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2-25 오전 9:44:53 |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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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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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는 기원전 그리스시대부터 와인산업이 발전하였고 다양한 토착품종으로 오늘날까지 독특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모레알레 대성당 언덕에서 바라본 팔레르모 전경. 와인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양주로 알려져 있다. 1866년 조선에 두 차례에 걸쳐 통상을 요구했던 독일 상인 오페르트는 <조선기행>이라는 책에서 자신이 와인을 조선에 들여왔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와인 역사도 150여년이 되는 셈이다.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와인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와인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와인을 어렵게만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달콤쌉싸래한 와인의 역사와 문화를 쉽게 알 수 있는 에세이를 격주로 연재한다. 필자인 송점종 우리자산관리 대표는 국내에서 와인 전문가로 꼽히는 인사 중 한 명이다. 송 대표의 와인 기행은 시칠리아 와인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편집자 주>
송점종 대표의 시칠리아 여행 경로. 영화 <대부3>의 비극적 라스트 신에 나오는 OST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슬픈 멜로디가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간주곡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추억의 영화 <시네마 천국>, 아름다운 이오니아 해를 배경으로 한 <그랑 블루>, 파블로 네루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 포스티노>, 알랭 들롱의 초기 출연작 <레오파드>는 모두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그리고 시칠리아가 낳은 거장 <시네마 천국>의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말레나>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명화들이 많다. 시칠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언제나 한과 슬픔, 운명, 그리고 젊은 날의 추억을 회상시키는 서정적인 영화들이다.
시칠리아! 아직은 동양인 관광객을 보기 어려운 지중해 상의 미지의 섬이다. 팔레르모 국제공항에 내리면 삭막한 회색빛 바위산이 맞이한다. 하지만 시칠리아를 본격적으로 여행하다 보면 비로소 서정적인 영화의 배경을 이해하게 된다. 눈부신 태양과 코발트색 바다, 독특한 지형과 소박한 시칠리안들. 해안선 길이 1500㎞, 면적은 경상북도의 1.3배인 2만5700㎢, 인구는 2배인 500만이 넘는 시칠리아는 지중해에 떠 있는 찬란한 다문화의 보물섬이다.
수많은 명화들의 배경으로 등장 시칠리아는 동·서양이 만나는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불행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페니키아, 그리스, 카르타고, 로마, 사라센, 아랍뿐만 아니라 노르만, 프랑스, 스페인의 지배를 차례로 받으면서 독특한 그들만의 문화를 꽃피워 왔다. 침략과 지배의 역사 속에서 생존과 자기방어, 섬이라는 폐쇄성에서 시칠리아의 토착문화가 형성되고, 가족 중심의 조직문화인 마피아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시칠리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유적지와 지중해의 쪽빛바다. 아치 너머 해수욕을 즐기는 모습이 평화롭다. <대부>에 등장하는 콜레오네 가문이 임진왜란 때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에 팔려가 시칠리아에 정착한 조선인이라면, 한국의 문화도 일정 부분 시칠리아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필자가 로마 공항에서 시칠리아 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시칠리아가 고향이라는 중년부부는 나에게 여행 중에 조심해야 할 사항을 친절하게 얘기해주었다. 특히 고급시계를 차거나 여성일 경우 보석 등은 대낮에도 팔레르모 시내에서 강탈당할 수 있다고 하였다. 물론 외지인의 눈에 시칠리아에서 마피아를 본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시칠리아의 경제나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한다. 한때 시칠리아 와인산업을 위기로 몰았던 독극물 스캔들도 바로 마피아가 개입된 사건이었다.
토착문화·지리적 특성 반영된 와인 시칠리아는 과일·채소·해산물의 천국이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2~3유로면 잘 익은 수박, 멜론, 사과, 오렌지, 무화과, 살구가 한 보따리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여느 포구 풍경처럼 싱싱한 생선을 파는 노점상이 즐비하다. 생선에는 오징어, 주꾸미뿐만 아니라 문어, 성게, 홍합도 쉽게 볼 수 있다. 올리브, 토마토, 양젖으로 만든 페코르니(Pecorini) 치즈도 유명하다. 풍부한 식재료는 시칠리아를 자연히 먹을거리의 천국으로 만들었다. 본토와는 달리 해산물 위주의 파스타나 싱싱한 생선살을 이용한 주요리가 발달해 있다. 스파게티나 스차르바트(Sciarbat·오늘날의 셔벗)가 이곳이 원조라고도 한다. 특히 레몬·딸기·라임 주스 등에 샴페인과 함께 잘게 부순 얼음을 넣은 그라니타(Granita)는 35도를 웃도는 여행 중에 즐겼던 가장 환상적인 음료였다. 시칠리아 요리는 이탈리아 중북부와는 달리 맵고, 달고, 향이 강한 전형적인 지중해 음식이다. 우리나라의 음식 맛과 유사하여 여행 기간에 식사로 인한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시칠리아의 와인은 이러한 토착문화와 지리적 특성이 잘 반영되어 있다. 70%가 산악이고 제주도처럼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화산섬이다. 용암이 녹아 굳어진 라바가 부식되어 형성된 토양, 강렬한 지중해의 태양, 겨울엔 따뜻하고 비가 많으며, 여름엔 덥고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다. 기원전 그리스시대부터 와인산업이 발전하였고 다양한 토착품종으로 오늘날까지 독특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우리 입맛에 어울리는 토속적인 지중해 해산물 요리. 섬의 일부인 중북부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지역에서 연간 약 10억병의 많은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질보다는 양 위주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양한 종류와 저품질의 대중와인이 과거 시칠리아 와인의 대명사였다. 현재는 플레네타(Planeta), 도나푸카타(Donnafugata), 그리고 아직도 활동 중인 에트나 화산 비탈에서 베난티(Benanti), 테레네르(Terre Nere)와 같은 와이너리를 중심으로 새로운 양조기술과 국제적인 포도품종을 도입하여 양질의 와인을 성공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특히 18세기 후반 영국에 의해 개발된 강화 와인 마르살라를 시작으로, 영화 <일 포스티노>의 배경으로 유명한 살리나 섬의 말바시아, 아프리카 튀니지에 더 가까운 아름다운 섬 판텔레리아의 지비보(Zibibbo·모스카토 품종의 지역명)로 만든 스위트와인이 유명하다. 70% 이상이 화이트와인이고, 레드와인용으로는 토착품종으로 우리나라에 많이 소개되어 있는 네로다 볼라(Nero d‘Avola) 와인이 유명하다. 필자는 유난히 뜨거웠던 지난 7월, 시칠리아의 문화와 와이너리를 찾아 1500㎞를 달려 섬을 일주하였다.
헤밍웨이가 말한 것처럼 문명과 자연이 결합한 위대한 산물이 와인이라면, 이번 시칠리아 여행은 바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현장이었다. 괴테가 찬미했던 지중해의 낙원, 시칠리아에 언젠가 다시 돌아오리라는 약속을 했다.
송점종 대표는…
와인 에세이 [Wine & Winery](2008)의 저자인 송점종 우리자산관리 대표는 프랑스 보르도 경영대학원(Bordeaux Ecole de Management)에서 세계 최초로 와인산업 경영학 석사(Wine MBA·2002년)를 취득했고,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와인 전문가다. 경북대학교 법학과 졸업 후 대우그룹에 입사해 영업총괄부문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대우계열사에서 독립한 우리자산관리㈜의 대표이사 겸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16년 동안 해외지사에 근무하면서 와인과 인연을 맺게 됐다. 서울벤처정보대학원, 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 등의 대학에 출강 중이고, ‘J.J.Song 와인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글·사진|송점종<우리자산관리 대표> j-j-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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